<2024 파리 올림픽 남자골프>
▲2024.8.1~4
▲르 골프 내셔널(파리)
(파 71-7,174야드)
▲필드:32개국 60명
▲금·은·동 개인전
영국 골퍼 토미 플리트우드가 친숙한 경기장 '르 골프 내셔널'에서 또 다른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이번에는 17인치 라이더 컵 트로피 대신 올림픽 메달이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골프의 메달 경쟁이 2라운드부터 뜨거워졌다.
플릿우드가 첫째 날 단독 선두 히데키 마쓰야마(일본), 단독 2위 젠더 쇼플리(미국)와 함께 36홀 공동 선두에 올랐다.
골프장 티켓은 이날도 매진. 코스를 가득 매운 갤러리들은 스타들의 파워 넘치는 샷과 거침없는 퍼트에 뜨겁게 환호했다.
35홀 '노보기' 온리 플릿우드
플릿우드는 대회 둘째 날 17번 홀까지 8타를 줄이며 무결점 골프를 했다. 1라운드부터 17번 홀까지 53홀 '보기 프리'.
53홀 '노보기' 경기를 한 선수는 출전 선수 60명 중 플릿우드가 유일했다.
하지만 18번 홀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났고 세번째 샷만에 온 그린, 1 퍼트 보기로 마무리했다.
2라운드 7언더파(64타), 중간합계 11언더파 공동 1위.
플릿우드는 2018년 이 코스에서 <라이더 컵>이 열렸을 때 포볼·포섬 파트너 프란체스카 몰리나리(이탈리아)와 함께 유럽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났다.
팀 전 4경기에 출전해 4경기 모두 미국 팀을 '압살'했다. 핀 옆에 붙는 '다트' 샷과 롱 퍼트가 압권이었다.
유럽의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하며 플릿우드는 '탑 랭커 스타 골퍼'로 입지를 굳혔다.
플릿우드의 2라운드는 당시 라이더컵을 재현하는 듯했고 여기에 환상적인 '숏 게임'까지 보탰다.
36홀 결과 단 1개의 보기만 기록한 선수는 플릿우드가 유일하다. 현 세계랭킹 14위.
올림픽 2연패? 쇼플리
4년 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젠더 쇼플리의 경기력은 현재 세계 최강이다.
올해만 <PGA 챔피언십> <디 오픈> 메이저 2승을 했다.
<디 오픈> 우승은 불과 11일 전의 일. 당시의 자신감과 경기감각은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1, 2라운드 각각 6타, 5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11언더파.
이대로라면 올림픽 2연패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블보기도 '굿 잡' 마쓰야마
첫째 날 8언더파로 화려한 출발을 했던 마쓰야마.
2라운드 전반에 고전했다. 버디 3개, 보기 1개.
이대로 무너지는가 싶었지만 어려운 후반에서 살아났다.
17번 홀까지 버디만 4개를 기록하고 13언더파, 다시 단독 선두가 되었다.
문제의 18번 홀. 티샷이 우측 깊은 러프로 날아갔다.
세번째 샷만에 온 그린 시도. 그런데 러프 탈출이 안된 세 번째 샷이 그린 앞 호수로 들어갔다.
1 벌타 후 다섯 번째 샷 온 그린. 홀까지 거리는 3.9미터.
1 퍼트 마무리가 쉽지 않은 거리. 자칫 트리플 보기가 나올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쓰야마는 3.9미터 더블보기 퍼트 성공, 2타만 잃고 큰 박수를 받았다.
2라운드 -3(68타) 중간합계 11언더파 공동 1위.
메달 색깔 바꿀 핵펀치 18번 홀
18번 홀은 1, 2라운드 경기에서 가장 어려운 홀이었다.
36홀 결과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42명이다. 평균 스코어는 69.8타.
바람이 없는 고요한 코스. 무더운 찜통더위 말고는 선수들을 방해할 요소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프랑스 오픈> 대회 때보다 스코어가 더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번 홀(파4) 평균 타수는 4.442.
1라운드때 4.40보다 2라운드가 4.448타로 조금 더 어려웠다.
둘째 날 18번 홀에서 더블 보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9명이나 되었고 1타만 잃은 선수도 11명이었다.
핀란드의 풀카넨 선수는 이 홀에서만 5타를 잃었다.
최종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경우 가장 어려운 홀 1·2위를 달리고 있는 17·18번 홀에서 극적으로 메달 색깔이 바뀔 수도 있다.
메달 가시권 김주형
김주형 선수가 한국에 골프 종목으로 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라운드에서도 3타를 줄이고 중간합계 8언더파 공동 5위, 이틀 연속 리더보드 첫 장에 이름을 올렸다.
3번(파 5) 홀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15미터짜리 멋진 이글을 만들었다.
후반 13~15번 세 홀 연속 버디.
1라운드는 보기가 없었고 2라운드 전반에만 2개의 보기.
전체적으로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로리 매킬로이
매킬로이는 1, 2라운드 각각 데일리 베스트 샷의 주인공으로 뽑혔다.
첫째 날에는 파5 9번 홀에서 240미터 두 번째 샷을 핀에 붙였다. 1.47미터 이글 성공.
둘째 날에는 파5 3번 홀에서 255미터 두 번째 샷을 또 핀 옆에 붙였다. 1.42미터 이글 성공.
2 온 성공도 쉽지 않은 홀에서 긴 클럽의 정확도가 미친 수준이었다.
팬들은 늘 로리의 최상의 A+ 경기력을 보고 싶어 한다.
본인도 그렇게 하고 싶겠으나 그는 로봇이 아니고 사람이다.
때때로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하지만 이렇게 팬들을 미치게 하는 샷들은 그만의 '전매특허'이다.
세계랭킹 3위 매킬로이,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함께 경기한 1·2라운드에 갤러리들의 팔로워가 가장 많았다.
두 선수는 차례로 중간합계 5언더파, 6언더파를 기록 중이다.
조금은 부진한 성적이지만 팬들은 스타골퍼들과 함께 올림픽 골프를 즐기고 있다.
토마스 디트리의 올림픽
"벨기에는 아주 작은 나라이다. 나의 고향 인구는 14,000명에 불과하지만 정말 아름답고 멋진 곳이다."
"내가 만약 그 색깔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메달을 딴다면 국가를 위해 또 나의 가족과 친구 나 자신에게 평생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다."
토마스 디트리가 2라운드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했다.
보기 없이 63타(-8)를 치고 공동 5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중간합계 8언더파.
디트리는 옆나라 독일의 스테판 예거와 1·2라운드를 함께 했다.
예거도 2라운드에서 7타를 줄이고 중간합계 7언더파 공동 8위.
두 선수는 첫날 나란히 이븐파를 쳤다.
디트리는 "예거와 경기 중에 올림픽에 대해 많은 대화를 했다. 이런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우리가 좋아하고 직업으로 삼은 일이 국가를 빛나게 하는 것이라면 더 잘해야 한다는 강한 투지와 의무감이 생겼다"며 "현장에 와보니 올림픽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가 있는 빅 이벤트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프로골프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다른 종목에 참가하는 선수들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전 세계 탑랭커 스타골프 선수들은 PGA 투어라는 '거대한 메이저'에서 매년 경쟁한다.
한 시즌에 46개 대회가 열린다. 이들 대회 중 4개 메이저 포함 15개 대회는 우승상금만 50억 원 이상이다.
그 외 31개 대회 평균 우승상금도 22억 원이다.
이뿐인가, 단 30명이 참가하는 PGA 투어 파이널 대회 우승 상금은 무려 340억 원(2천5백만 달러)이다.
이렇다 보니 오로지 올림픽을 위해 4년을 인내하고 훈련하고 헌신하는 다른 종목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당장 매주 집중해야 할 대회들이 코 앞에 있었다.
또 골프가 100년 만인 2016년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탓도 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3년 차를 맞은 올해 골프 종목에 참가한 선수들도 올림픽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게 바뀌고 있다.
어느 선수 할 것 없이 올림픽 메달에 대한 염원과 소망이 특별해졌다.
존 람 "나 살아있어!"
올해 초 리브골프로 이적 후 골프 팬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있었던 존 람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1라운드 4언더파, 2라운드 5언더파 중간합계 9언더파로 단독 3위이다. 선두와 단 3타 차.
스페인 출신으로 대학시절(미 애리조나 주립대학) 2년 연속 '벤 호건 상'을 받은 최초의 선수였다.
벤 호건상은 매년 미 대학 최고의 골프선수에게 수상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또 최장 기간 아마추어 1위 자리를 지킨 선수이다.
로리 매킬로이가 "존 람은 대학 시절 아마추어였음에도 사실상 실력은 프로골프 세계랭킹 탑 30 수준이었다"라고 극찬한 주인공이다.
아니나 다를까. 존 람은 대학 졸업 후 2016년 PGA 투어와 DP월드 투어 공식 회원이 되었다.
이후 작년까지 PGA 투어 11승, DP월드 투어 10승을 기록했다. <마스터스> <US 오픈> 2회 메이저 타이틀 포함이다.
2020년 7월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올해의 PGA투어 선수상, 올해의 PGA 선수상, 올해의 DP 월드투어 선수상, 바든 트로피(최저타) 등 연말 온갖 상을 휩쓸었다. 로리 매킬로이를 잇는 유럽의 대형 스타가 탄생한 것.
하지만 몇 차례 리브골프 이적 소문을 직접적으로 부인한 존 람은 올해 초 현금 3억 달러+옵션 2억 달러(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를 받고 리브골프로 떠났다. 계약 기간은 5년으로 알려졌다. 팬들의 충격은 컸지만 이내 그의 존재는 잊혔다. 특히 올해 메이저 대회 성적이 저조한 이유가 컸다.
존 람은 올림픽에서 자신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어 한다. 직전 주 리브골프에서 첫 우승도 했다. 사실상 팬들은 단 54명이 3라운드만 경쟁하는 리브골프 우승을 높게 평가하지 않지만 올림픽 성적은 다르다.
존 람은 다혈질로 유명하다. 또 그런데 그 다혈질의 승부근성 '만렙'이 금메달을 목표로 하면 금메달을 목에 걸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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